많은 스타트업은 ‘우리는 아직 작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보안은 나중에 해도 돼’라고 말합니다.
직원이 10명도 채 안 되고, 투자도 받지 않은 상태라면 보안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안은 기업의 규모나 성장 단계와 무관하게 시작해야 할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형 비즈니스, SaaS 스타트업, AP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기술이 곧 서비스고, 서비스가 곧 회사의 전부인 상황에서 보안이 허술하다는 건 곧 회사 전체가 무방비 상태로 외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왜 작은 조직일수록 보안이 중요할까?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보안에 더욱 취약합니다.
모든 인력이 개발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배포를 위해 보안을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개발자가 AWS, GCP, GitHub, Notion, Slack 등 대부분의 핵심 툴을 관리자 권한으로 운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퇴사하거나 실수했을 때의 위험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보안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원칙이다
보안 정책은 단순히 고급 기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보안 사고는 기술 이전에 ‘기본적인 절차와 의사결정 체계’가 없어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협력사를 선정할 때,
그들에게 어떤 시스템 접근 권한을 줄지 사전에 문서화되지 않았다면,
외주 인력이 퇴사한 뒤에도 회사의 중요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계정이 남게 됩니다.
보안 정책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스타트업은 바쁘고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보안 정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작은 간단한 문서 작성에서 출발합니다.
사내에서 공용 계정을 사용할 것인지, 퇴사자의 권한은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개발 코드에 인증 정보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등을 문서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보안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정보 자산 파악부터 시작하자
보안 정책을 만들기 위해 먼저 조직 내에서 어떤 정보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사용 중인 클라우드 계정, 도메인, 관리자 계정, DB 접근 권한, 외부 위탁 개발자 리스트 등
기업의 모든 정보 자산을 문서로 정리하면, 누가 무엇을 관리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권한 관리는 ‘최소 권한 원칙’이 기본이다
다음 단계로는 각 시스템에 누가 접근할 수 있고, 어떤 권한이 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모든 인력이 모든 시스템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는 매우 위험합니다.
‘최소 권한 원칙’에 따라, 본인의 업무에 꼭 필요한 시스템과 권한만 부여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보안은 모두의 책임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보안 전담자가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보안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개발자는 코드 내 인증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고,
운영자는 외부와의 계약 시 보안 조항을 삽입해야 하며,
경영진은 회사의 보안 정책을 승인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특히 CEO와 CTO는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습니다.
사고 대응 체계도 반드시 문서화하자
보안 사고는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합니다.
사고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사고를 얼마나 빠르게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느냐는 전적으로 준비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 책임자, 외부 공지 방식, 고객 응대 매뉴얼 등
모든 것이 미리 정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외부 협력사와의 작업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외부 인력과 협업하는 일이 잦습니다.
프리랜서, 외주 개발자, 협력사 등 다양한 인력이 우리의 코드와 데이터에 접근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NDA 체결은 기본이고, 시스템 접근 권한을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업무 종료 즉시 계정을 회수해야 합니다.
정책은 만들고 끝이 아니다
보안 정책은 수립 이후 지속적인 점검과 갱신이 필요합니다.
조직이 바뀌고, 시스템이 확장되면서 과거 정책은 금방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고,
이를 책임질 ‘정책 오너’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작은 시작이 큰 위기를 막는다
보안은 단지 해커를 막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회사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며, 조직 내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작은 팀이라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손대기엔 너무 늦은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오늘, 문서 하나부터 시작하세요.
그게 가장 강력한 보안 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