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보안 환경은 이제 단순한 ‘예방 중심’의 보안 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 기존의 백신 솔루션이나 방화벽만으로는 최신 보안 위협, 특히 지능형 공격(Advanced Persistent Threat: APT)이나 내부자 위협과 같은 복합적인 보안 이슈를 감지하고 대응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등장한 보안 솔루션이 바로 EDR(Endpoint Detection & Response)과 XDR(Extended Detection & Response)이다.
두 기술은 모두 ‘탐지(Detection)’와 ‘대응(Response)’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적용 범위, 구조, 기능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 글에서는 이 둘의 차이점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솔루션이 더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까지 안내한다.
EDR: 엔드포인트 기반의 탐지와 대응
EDR은 말 그대로 엔드포인트를 중심으로 보안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엔드포인트란, 직원들의 PC, 노트북, 서버 등과 같이 조직 내에서 직접 사용하는 장비들을 의미한다.
기존 백신(안티바이러스)이 정해진 악성코드 시그니처를 기반으로 위협을 차단했다면, EDR은 행위 기반 분석(Behavioral Analysis) 기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위협도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의 PC에서 비정상적인 PowerShell 스크립트가 실행되거나 외부와의 이상한 통신이 발생했을 때, EDR은 이를 감지하고 관리자에게 경고하거나, 자동으로 해당 프로세스를 차단할 수 있다.
EDR의 강점은 이처럼 엔드포인트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위협을 식별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로그를 축적하여 나중에 포렌식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어, 사고 발생 후 원인을 추적하는 데 유리하다.
XDR: 전사적 보안 가시성과 통합 대응
XDR은 EDR의 개념을 ‘확장(Extended)’한 기술이다. 즉, 단순히 엔드포인트에 국한되지 않고, 이메일, 네트워크, 서버, 클라우드 등 기업 내 다양한 보안 채널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공격자가 이메일을 통해 악성 링크를 전파하고, 이를 클릭한 사용자의 엔드포인트에서 악성 코드가 실행된 후, 내부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러한 복합 공격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발생하므로, 개별 솔루션으로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XDR은 각 채널에서 발생하는 로그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공격의 전체 흐름(Attack Chain)을 시각화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곧 기업이 지능형 공격에 대한 대응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무 관점에서 비교: 어떤 상황에 어떤 솔루션이 맞을까?
보안 솔루션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조직에 맞는 시스템인지’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실제 운영 환경에 맞지 않거나 리소스를 초과하면 오히려 운영 리스크로 이어진다. 아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EDR과 XDR을 선택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이다.
EDR이 적합한 경우
- 상대적으로 보안 위협이 단말기 중심에서 발생하는 경우
- 네트워크, 이메일, 클라우드 자산이 많지 않거나 단순한 조직
- 보안팀 인력이 제한적이고, 가벼운 솔루션을 우선 도입하고 싶은 경우
- 예산이 한정된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
XDR이 적합한 경우
- 네트워크, 엔드포인트, 클라우드 등 다양한 채널에서 위협이 유입되는 환경
- SOC(Security Operations Center)를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인 중대형 조직
- 복잡한 인프라 구조를 갖고 있으며, 위협 흐름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할 때
- 다양한 보안 솔루션을 이미 사용 중이고, 이들을 통합하고자 할 경우
기술적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연계’
많은 보안 담당자들이 기술적인 사양이나 가격만을 비교해서 솔루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운영 편의성, 사후 지원,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연동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A사에서 사용하는 보안 로그 수집기가 특정 XDR 솔루션과의 연동이 어렵다면, 도입 후 많은 설정을 재작업해야 하거나 위협 탐지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UI가 너무 복잡하거나 한글화가 잘 안 되어 있다면, 보안 운영팀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기술적인 비교뿐 아니라, 벤더의 지원 수준, 도입 후 유지보수 체계, 트레이닝 제공 여부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실전 팁: 도입 시 꼭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 엔드포인트 중심인가, 다채널 보안 통합이 필요한가?
→ XDR은 통합 솔루션이지만 도입 복잡도도 높다. - 운영 인력이 충분한가?
→ XDR은 대시보드 분석, 경보 관리 등 일정한 리소스를 요구한다. - 예산과 ROI는?
→ 많은 중소기업은 EDR만으로도 충분한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기존 솔루션과의 연동성은?
→ SIEM, NDR, 이메일 보안 솔루션 등과의 연동 가능 여부 확인 필요. - 벤더의 기술 지원/한글화/포렌식 도구 제공 여부도 확인하자.
마무리: EDR과 XDR은 ‘상호 대체재’가 아니라 ‘보안 성숙도의 단계’
많은 사람들이 EDR과 XDR을 두고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묻는다. 하지만 본질은 ‘무엇이 더 낫다’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보안 성숙도와 상황에 따라 어느 것이 더 적합한가이다.
EDR은 보안의 시작, XDR은 보안의 통합적 완성이다.
초기 도입은 EDR로 시작하고, 보안 자산이 증가하고 위협 대응이 복잡해질수록 XDR로 확장해가는 것이 실용적인 전략이다.